슈퍼리치들의 결혼 안전장치, 혼전계약서의 세계
글로벌 부호들이 결혼 전 자산 보호를 위해 체결하는 혼전계약서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26~28일 초호화 결혼식을 앞둔 가운데, 그의 혼전계약서 체결 여부에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약혼자 로렌 산체스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 GettyimagesKorea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혼전계약서는 슈퍼리치들이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핵심 도구"라고 보도했다.
순자산 1억 달러(약 136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은 이혼 시 발생할 수 있는 세금 폭탄이나 경영권 이전 같은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초정밀 혼전계약서'를 설계하는 추세다.
뉴욕의 이혼 전문 변호사 로버트 코언은 "상대방이 자신의 재산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는 게 혼전계약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을 사전 조율 없이 이혼 과정에서 분할하면 막대한 세금이나 경영권 변동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혼전계약서 내용 보니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혼전계약서에는 현금화하기 어려운 비상장 스타트업 지분, 지식재산권 로열티, 가족신탁 등 복잡한 자산도 포함된다.
더 놀라운 것은 개인 전용기 사용권, 경주마 관리 방식, 이혼 후 SNS 발언 제한까지 세세하게 명시된다는 점이다.
일부 계약서에는 '결혼 후 20파운드(약 9kg) 이상 찌지 않기', '주 4회 운동하기', '외도 시 100만 달러(약 13억6330만원) 배상' 같은 구체적인 행동 조항도 담긴다.
심지어 이혼 시 누가 개인 소지품을 정리할지, 결혼 종료 후 며칠 내에 집을 비워야 하는지까지 규정하는 사례도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에는 '일몰 조항'이나 '누진형 계약'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몰 조항은 결혼 생활이 10년, 20년 이상 지속되면 계약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방식이다.
누진형 계약은 결혼 기간에 따라 보상액이 늘어나는 형태로, 예를 들어 5년 후 이혼 시 500만 달러(약 68억원), 10년 후 이혼 시 2000만 달러(약 273억원)를 지급하는 식이다.
베이조스의 경우 2019년 전 부인 매켄지 스콧과 이혼할 당시 혼전계약서가 없어 아마존 발행 주식의 4%(당시 350억 달러·약 48조원)를 넘겨야 했다.